사내하청이나 도급을 쓰는 사업장이라면 “우리도 하청 노조와 교섭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2026년 3월 10일 시행된 지 약 6개월이 지났고, 그 사이 노동위원회 판정과 헌법재판소 결정이 잇따라 나오면서 실무 기준의 윤곽이 잡히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노동위원회가 2026년 8월 31일 현대자동차 하청노조 사건 재심에서 내린 판정은, 원청의 사용자 지위가 ‘전부 아니면 전무’가 아니라 교섭 의제별로 나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기준과 사업장에서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할 사항을 정리합니다.
1. 개정 노조법이 바꾼 ‘사용자’의 정의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자의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문장을 더했습니다. 핵심은 마지막의 ‘그 범위에 있어서는’입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모든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배·결정하는 근로조건에 한해서만 사용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같은 조 제5호의 노동쟁의 정의도 넓어져, 근로조건의 결정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도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처럼 종전에는 경영권 사항으로 분류되던 영역이 교섭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참고 자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2. 중앙노동위원회는 어디까지 인정했나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6년 6월 초심에서 생산·구내식당·보안 부문 하청노조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일부 인정하되, 교섭 의제를 의무실·휴게공간 이용 등으로 좁게 한정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6년 8월 31일 재심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교섭 의제를 ‘산업안전 관련 사항’으로 넓혔습니다. 반면 판매대리점 영업사원에 대해서는 대리점이 독립적으로 공간과 인력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임금이 인정 범위에서 빠졌다는 점입니다. 원청이 생산계획을 통해 하청 근로자의 소득에 사실상 영향을 미친다는 사정만으로는 임금 결정권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결국 같은 사업장, 같은 하청 근로자라도 안전에 관한 교섭은 응할 의무가 생기고 임금에 관한 교섭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의 판단 요소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에 앞서 2026년 2월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내놓았습니다. 지침은 도급계약을 매개로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지속적·실질적으로 통제하는지, 하청의 업무가 원청 사업체계에 조직적으로 편입되어 있는지, 하청이 원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는지를 종합해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도급 관리 수준을 넘어 하청의 근로조건 결정 재량을 본질적·지속적으로 제한하는지가 갈림길입니다.
| 근로조건 영역 | 사용자성이 문제되는 상황 |
|---|---|
| 산업안전 | 작업장·설비·안전예산·사고대응을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경우 |
| 작업환경 | 작업공간 이용과 환경개선 여부·범위를 원청이 정하는 경우 |
| 근로시간 | 교대제·연장근로·휴가 승인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는 경우 |
| 임금 | 원청이 임금 수준·인상률을 직접 제시해 하청의 재량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
한편 이 판단은 파견법상 근로자파견 판단과는 다릅니다. 파견은 개별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 지휘·명령이 기준이고, 노조법상 사용자성은 규칙과 시스템을 통한 조직적·간접적 통제가 기준입니다. 사용자성이 인정됐다고 해서 곧바로 불법파견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쟁점이 같은 사실관계에서 함께 다투어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4. 교섭을 거부하면 어떤 제재를 받나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이며,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에 그치지 않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형식적으로만 교섭에 응하거나 노조의 요구에 장기간 답하지 않는 것도 ‘해태’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8월 27일 이 형사처벌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정당한 이유’라는 표현이 불명확하지 않고, 노동위원회 구제명령만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웠던 현실을 고려하면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취지입니다.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넓어진 상황에서 이 조항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은 실무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 참고 자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0조
5. 사업장 체크포인트
교섭요구 공문을 받은 뒤에 대응을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와 창구 단일화 절차에는 정해진 기한이 있어, 사용자성 여부를 다투는 동안에도 절차는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다음 항목을 미리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 확인 항목 | 확인 기준 |
|---|---|
| 도급계약서 점검 | 인원 수·근무시간·임금 수준을 원청이 지정하는 조항이 있는지 |
| 현장 운영 실태 | 작업지시·교대편성·휴가승인이 원청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지 |
| 안전보건 문서 |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의무 이행과 별도로, 안전 관련 결정권의 소재가 기록으로 남는지 |
| 교섭요구 접수 절차 | 접수 창구와 내부 보고·검토 절차가 문서로 정해져 있는지 |
| 거부 시 소명 근거 |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경우 ‘정당한 이유’를 설명할 자료가 준비되어 있는지 |
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는 노조법상 사용자성과 별개로 산업안전보건법에 이미 규정되어 있습니다. 안전관리를 강화하면 사용자성이 인정될까 우려해 관리를 느슨하게 하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는 더 큰 위험을 부르는 선택이라는 점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 참고 자료: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문의 안내
사내하청·도급 구조를 두고 있는 사업장의 사용자성 진단, 도급계약서 및 현장 운영 실태 점검, 교섭요구 접수 시 대응 절차 수립이 필요하시면 세종 지인노무법인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업장의 도급 구조와 실제 운영 방식을 함께 검토해 대응 방향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법령과 행정해석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 시점에 재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