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직장 내 성희롱을 이유로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상대는 사업주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상급자나 동료가 행위자인 경우에는 사업주가 그를 징계할 의무를 질 뿐이고, 행위자 본인에게 과태료가 부과되지는 않았습니다.
2026년 5월 26일 공포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법률 제21700호)이 이 구조를 바꿉니다. 2026년 11월 27일부터 법인의 대표자, 그리고 사업주나 법인 대표자의 친족인 상급자·근로자도 사업주와 똑같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시행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1.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 사람이 세 갈래로 넓어집니다
개정은 두 개의 조문을 건드립니다. 먼저 성희롱 금지 주체를 정한 제12조에 법인의 대표자가 들어갑니다. 종전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가 “사업주, 법인의 대표자,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으로 바뀝니다.
이어 과태료 조항인 제39조 제2항의 부과 대상이 넓어집니다. 종전에는 “사업주가 제12조를 위반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한 경우”였는데, 여기에 법인의 대표자와 함께 사업주 또는 법인 대표자의 친족인 상급자·근로자가 추가됩니다. 과태료 상한은 1천만원 이하로 종전과 같습니다.
| 구분 | 종전 (2026.11.26.까지) | 개정 (2026.11.27.부터) |
|---|---|---|
| 성희롱 금지 주체 (제12조) |
사업주, 상급자, 근로자 | 사업주, 법인의 대표자, 상급자, 근로자 |
| 과태료 부과 대상 (제39조 제2항) |
사업주 | 사업주, 법인의 대표자, 사업주·법인 대표자의 친족인 상급자·근로자 |
| 과태료 상한 | 1천만원 이하 | 1천만원 이하 (변동 없음) |
| 친족이 아닌 상급자·근로자 | 과태료 없음 (사업주의 징계 의무 대상) |
과태료 없음 (종전과 동일) |
표의 마지막 줄을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친족 관계가 아닌 일반 상급자나 동료가 행위자인 경우에는 이번 개정 뒤에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이번 개정은 성희롱 행위자 전체를 과태료 대상으로 돌린 것이 아니라, 사업주와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사업주와 같은 선에 올려놓은 것입니다.
2. 법인 대표는 왜 빠져 있었나 — 셀프징계 문제
같은 행위를 해도 사업장 형태에 따라 결과가 달랐던 것이 종전 조문의 문제였습니다. 개인사업자라면 사업주 본인이 행위자일 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인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법인 자체를 뜻하므로, 성희롱을 한 대표이사 개인을 제12조 위반의 사업주로 보아 과태료를 물릴 수 있는지를 두고 다툼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남는 것은 사내 징계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행위자가 대표라면 징계를 결정하는 사람도 사실상 그 사람입니다. 피해 근로자가 신고해도 대표가 스스로를 징계하는 이른바 셀프징계로 끝나는 구조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고, 국회가 밝힌 개정 이유도 바로 이 사각지대를 들고 있습니다.
친족을 함께 넣은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표의 배우자나 자녀가 임원·관리자로 들어와 있는 사업장에서는, 그 사람이 행위자일 때 내부 징계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개정 이유는 “사업주 등의 친족의 성희롱 행위에 대한 제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적고, 이 구간을 사업주와 동일하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메웠습니다.
💡 참고 자료:
남녀고용평등법 (법률 제21700호, 2026.5.26. 공포 · 2026.11.27. 시행)
3. 친족 범위는 아직 시행령에 남아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대목이 여기입니다. 개정 제39조 제2항은 친족의 범위를 법에 직접 쓰지 않고, 민법 제767조에 따른 친족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상급자·근로자인 경우로 한정한다고 정했습니다.
민법 제767조는 배우자와 혈족, 인척을 친족으로 규정하고, 민법 제777조는 그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정법은 이 범위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했습니다. 따라서 어느 촌수까지가 과태료 대상인지는 시행령이 확정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8월 12일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입니다.
범위가 아직 열려 있어도 조문 구조에서 분명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친족이라도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상급자나 근로자여야 합니다. 회사와 아무 관계없는 대표의 친척은 대상이 아닙니다. 둘째, 친족이면서 상급자·근로자이기만 하면 되고 직책의 높낮이는 조문에 없습니다. 대표의 배우자가 임원이든 일반직이든 조문상 구분이 없습니다.
💡 참고 자료:
민법 제767조(친족의 정의)
민법 제777조(친족의 범위)
4. 과태료가 생겨도 사업주의 조사·조치 의무는 그대로입니다
행위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해서 회사의 의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두 제재는 조문도 금액도 서로 다른 트랙입니다. 성희롱 신고를 받은 사업주는 제14조에 따라 지체 없이 사실 확인 조사를 하고, 피해 근로자에 대한 근무장소 변경 등 보호조치와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를 하지 않으면 별도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행위자가 대표자이면 조사 주체를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법이 말하는 조사·조치의 주체는 사업주입니다. 그런데 신고 대상이 대표자나 그 친족이라면, 평소의 보고선을 그대로 쓰는 순간 조사의 공정성이 무너집니다. 조사가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행위자에게 부과되는 과태료와 별개로 회사가 제14조 위반 책임을 지게 됩니다.
현실적인 대비는 외부 창구를 열어 두는 것입니다. 신고 대상이 대표자·임원인 사건에 한해 접수와 조사를 외부 전문가나 감사 라인이 맡도록 취업규칙이나 성희롱 예방지침에 미리 적어 두면, 사건이 터진 뒤에 절차를 만드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도 같은 조문에 있으므로, 외부에 맡길 때는 비밀유지 약정을 함께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참고 자료: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
남녀고용평등법 제13조(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5. 시행 전 사업장 점검표
시행일까지 손볼 것이 많지는 않지만, 문서를 고쳐야 하는 항목이 섞여 있어 미루면 11월에 몰립니다. 특히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사업장이라면 아래 항목을 지금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 점검 항목 | 확인 기준 |
|---|---|
| 취업규칙·예방지침의 금지 주체 | “사업주, 상급자, 근로자”로만 적혀 있다면 법인의 대표자를 더해 개정 조문과 맞췄는지 |
| 친족 재직 현황 정리 | 대표자·사업주의 친족이 상급자나 근로자로 재직 중인지, 관계와 직책을 확인해 두었는지 |
| 대표자·임원 예방교육 포함 | 연 1회 예방교육의 수강 명단에 대표자와 임원이 실제로 들어가 있는지 |
| 신고 창구의 독립성 | 신고 대상이 대표자일 때 접수가 가능한 별도 경로(외부 창구·감사 라인)가 있는지 |
| 조사·조치 주체 사전 지정 | 대표자·친족이 행위자인 사건의 조사자와 징계 의결 주체를 규정에 미리 적어 두었는지 |
| 시행령 확정 범위 확인 | 11월 27일 전에 시행령이 정한 친족 범위를 확인하고 재직 현황을 다시 맞췄는지 |
| 같은 날 시행되는 다른 개정 | 난임치료휴가 유급기간이 2일에서 4일로 늘어나는 개정도 11월 27일 시행임을 반영했는지 |
이번 개정으로 달라지는 것은 제재의 수준이 아니라 제재가 닿는 범위입니다. 종전까지 사내 징계만 바라보던 사건에 외부의 과태료가 붙는다는 뜻이고, 그 대상은 대체로 경영의 가장 안쪽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가족이 함께 일하는 사업장이라면 규정 문구를 고치는 일보다 신고와 조사의 경로를 분리해 두는 일이 더 급합니다.
문의 안내
취업규칙·성희롱 예방지침 개정, 대표자나 친족이 행위자인 사건의 조사 절차 설계, 외부 조사 수행, 예방교육 운영 등 개별 사업장 사정에 맞춘 검토가 필요하시면 세종 지인노무법인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인노무사 이기백이 직접 상담해 드립니다.
※ 법령과 행정해석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적용 시점에 재확인이 필요합니다.